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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이수도 1박 3식 ebs 한국기행

by 최신 이슈 정보 2025. 4. 13.

한적한 섬마을 이수도

출처=ebs 한국기행 홈페이지

EBS 한국기행 ‘거제 이수도 1박 3식’ 편을 본 순간, 마음이 먼저 그 섬으로 향했습니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배로 10분 남짓, 자동차는 들어갈 수 없고 걸어서도 충분한 이 조용한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쉼표였습니다. ‘관광지’라는 표현보다 ‘살아가는 곳’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수도, 그곳에서의 하루는 도시에서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집니다.

방송은 해가 떠오르기도 전, 주민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통발을 끌어올리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손질하는 일은 결코 낯선 체험이 아니었습니다. 몸은 낯설었지만 마음은 금세 그 일상에 젖어들더군요. 물에 젖은 손, 해풍을 머금은 얼굴, 그 안에는 바다를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인함과 너그러움이 배어 있었습니다.

거제 이수도 1박 3식

출처=ebs 한국기행 홈페이지

이수도에서 1박 3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실제 방송에 등장한 ‘이수도 민박집’을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방송 속 주인공이 머물렀던 민박에서는 섬 주민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아침, 점심, 저녁을 정성스럽게 차려냅니다.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수도에서의 1박 3식은 ‘식사 제공’이라는 단순한 구성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첫 번째 식사는 새벽 어업과 함께 시작됩니다. 미역을 따고 멍게를 건져 올리는 그 순간부터 이미 아침은 시작된 셈이죠. 주민들과 함께 차린 아침 밥상 위에는 정성 가득한 미역국과 갓 잡은 생선이 올랐고, 그 한 상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출처=ebs 한국기행 홈페이지

점심은 마을 할머니들의 손에서 빚어진 진짜 밥상입니다. 된장찌개, 굴전, 나물무침… 하나하나가 계절을 담고 있고, 땀방울과 웃음이 양념처럼 배어 있더군요. 전을 부치고 채소를 무치며 함께 나눈 말 한마디, 그 안에 ‘밥이 사람을 잇는다’는 말의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수도 민박집

출처=ebs 한국기행 홈페이지

저녁이 되면 이수도는 더욱 고요해집니다. 방송에서는 마당 한 켠에 모인 주민들과 함께 고구마를 굽고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담겼죠. 따로 해설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파도 소리, 웃음소리, 그리고 모닥불 타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 장면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저녁’의 풍경이었습니다.

이수도의 밤은 그렇게 조용히,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숙소라고 하기엔 너무 사람 사는 집 같은 민박에서 이불을 덮고 누우면, 창밖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에 절로 눈이 감깁니다.

출처=ebs 한국기행 홈페이지

이수도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관광지의 어떤 형식도 없습니다. 유명 카페도, 사진 맛집도, 번쩍이는 숙소도 없습니다. 대신, 매일 같은 시간 바다를 바라보며 밥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죠. 그 담담한 일상이 이 섬의 진짜 얼굴이자 매력이었습니다.

카메라는 그 일상을 조용히 따라가고, 우리는 그 장면들을 통해 ‘관계의 속도’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마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밤늦도록 이어진 대화 속에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 하나둘 살아납니다.

함께하는 삶의 온도, 1박 3식이 전한 메시지

출처=ebs 한국기행 홈페이지

이수도에서의 하루는 느리고, 조용하며, 무엇보다 ‘같이’가 있는 하루였습니다. 밥을 함께 짓고, 물고기를 함께 잡고, 아무 말 없이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그런 시간. 방송은 그 모든 걸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고 느끼게 합니다.

출연자의 말처럼, “정해진 일정 없이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낸다는 게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는 고백은, 아마 많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렸을 겁니다.

EBS 한국기행이 담아낸 이수도는, 어느 화려한 여행지보다도 오래 남는 감정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관계’와 ‘속도’, ‘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