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 속 울릉도
2025년 4월, 넷플릭스에 등장한 새로운 예능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84가 울릉도에서 직접 민박집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현실 리얼리티를 담고 있다. 그와 함께 방탄소년단 진, 그리고 배우 지예은이 직원으로 합류하면서, 그야말로 '케미 폭발' 삼남매가 울릉도의 바다 한복판에서 대혼돈의 민박 라이프를 선보인다. 단순한 힐링 예능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기안84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게 진짜 기안장 스타일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울릉도라는 섬 자체도 이 예능에 딱 맞는 배경이다. 교통도 불편하고, 날씨도 예측 불가하며,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실제로는 ‘되면 다행’인 일정이 반복되는 구조. 그런 섬에서 민박집을 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환장. 이 프로그램은 그런 울릉도의 리얼함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민박집을 찾는 손님들과의 소통 속에서 유쾌한 소동과 작은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울릉도 민박집 구조도 리얼 '기안84 월드'
기안84가 직접 설계한 민박집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입구는 무려 3.8m 높이의 인공 암벽등반 구조물로 되어 있고, 퇴장은 미끄럼틀을 타고 빠져나오는 구조다. 손님들은 숙소에 들어오기 위해 등반을 하고, 나갈 때는 고함을 지르며 튀어나가야 한다. 이쯤 되면 민박이 아니라 거의 서바이벌 게임장에 가까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박집을 찾은 게스트들은 묘하게 적응해간다. 그 과정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재미이자 울릉도 여행의 리얼함과도 맞닿아 있다.
울릉도 자체가 일종의 '도전 여행지'인 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콘셉트도 그 도전의 연장선에 있다. 비바람 속에서 장을 보고, 돌풍을 뚫고 바비큐 준비를 하며, 손님이 미끄럼틀에서 내려와 넘어지면 모두가 웃는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 속에서 시청자는 어느새 여행의 본질을 되새기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그런 예측 불가함이야말로 진짜 여행의 맛이라는 걸.
기안84·진·지예은, 울릉도 민박집 케미 폭발 조합
처음에는 '왜 이 조합이지?' 싶은 출연진들이, 보면 볼수록 기묘하게 잘 맞는다. 진은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민박집의 정서를 잡아주고, 지예은은 프로페셔널한 진행력으로 기안84의 정신없는 운영을 받아주는 동시에 조용히 독설도 던진다. 그 와중에 기안84는 “형광색 벽지도 감성이다”라며 또 다른 혼돈을 창출한다. 이들의 밸런스는 마치 울릉도의 날씨 같다. 방금 전까지 햇빛 쨍쨍하다가 갑자기 비오고, 또 무지개 뜨는 듯한 느낌.
게스트들도 하나같이 독특하다. 혼자 떠난 여행자, 가족 단위, SNS 스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기안장을 찾고,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울릉도라는 섬의 불편함에 짜증을 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불편함마저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이 모든 감정선이 ‘대환장 기안장’이라는 제목 안에 잘 녹아들어 있다.
울릉도 여행
실제 울릉도 여행은 이 예능만큼이나 현실감 있게 다사다난하다. 배편은 날씨에 따라 언제든 끊길 수 있고, 도로는 대부분이 급경사에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숙소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다. 뷰 좋다는 후기 보고 예약하면, 현실은 도동항에서 걸어서 40분 거리의 언덕 위 ‘숨은 헬게이트’일 수도 있다. 대환장 기안장 속 민박이 이상할 게 없는 이유다.
렌터카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운 좋게 차를 구했다 해도 주유소는 제한적이고, 관광지는 흩어져 있어 하루에 두세 군데 도는 게 한계. 그래서 기안84처럼 “이참에 손님들에게 직접 장 보게 하자”는 발상이 절로 이해된다. 진짜 울릉도는 여행자가 아니라 ‘생존자’를 만든다.
다만, 그 불편함 속에서도 울릉도는 아름답다. 쨍한 날씨에 보이는 성인봉, 해질 무렵 남양항에서 바라보는 석양, 나리분지의 풀벌레 소리. 이런 풍경과 마주할 때면, 기안84가 왜 굳이 이 섬을 택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예능이든 여행이든, 울릉도는 준비 없이 가면 환장하지만, 돌아오면 결국 그리워지는 곳이다.